사계절이 뚜렷한 일본에서는 가을철 ‘단풍놀이(紅葉狩り)’가 매우 중요한 연중행사이다. 그 역사는 무려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요슈(万葉集)’에도 단풍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가가 있고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지은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에도 귀족의 여가 생활로 단풍놀이가 등장한다. 서민들이 단풍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에도(江戸) 시대로 단풍 명소를 그린 화첩을 보고 그림 속의 지역으로 여행 가는 것이 유행이었다니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은 비슷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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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미치 벳차마쓰리 尾道ベッチャー祭り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의 ‘오노미치 벳차마쓰리’는 기묘한 마쓰리라 일컬어질 정도로 특이하고 희귀한 마쓰리입니다. 매년 11월 1~3일에 기비쓰히코 신사(잇큐 신사)와 시내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1962년에 오노미치시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노미치에 악성 전염병이 유행했던 1807년, 당시의 마을 책임자가 각 절과 신사에 병마를 퇴치하기 위한 액막이를 명했습니다. 잇큐 신사에서도 3일에 걸쳐 액막이를 했는데 그때 가마를 앞세우고 ‘베타’, ‘소바’, ‘쇼키’라 불리는 가면을 쓴 세 명의 귀신과 사자탈로 분장한 젊은이가 거리를 누비고 다닌 것이 이 마쓰리의 시초라 여겨집니다. ‘벳차마쓰리’라는 이름은 마쓰리에서 사용하는 가면 중 하나인 ‘베타’의 사투리라고 전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하루

  마쓰리는 첫날 저녁의 ‘가마 행차’로 시작되는데 셋째 날의 행진이 마쓰리의 핵심입니다. ‘베타(막대기를 든 무서운 얼굴의 가면)’, ‘소바(막대기를 든 암컷 구렁이)’, ‘쇼키(대나무 악기를 든 덴구 가면)’의 세 가지 가면을 쓴 주민들과 사자탈이 가마와 함께 시내 중심가를 행진합니다.

  매년 이날에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몰려나와 북 반주에 맞춰 ‘베타’, ‘소바’, ‘쇼키’라는 구호를 외치며 장단을 맞춥니다. 세 가지 가면과 사자탈을 쓴 사람은 어린아이를 발견하면 쫓아가서 손에 든 대나무 악기나 막대기로 머리를 때리거나 깨물고 몸을 찌릅니다.

  대나무 악기로 맞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막대기에 찔리면 자식 복이 있으며 일 년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하루. 이곳저곳에서 무서운 얼굴을 한 세 가지 가면과 사자탈을 두려워하며 소리 높여 우는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