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는 ‘에노덴(江ノ電)’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에노시마’에 다녀왔습니다. ‘에노덴’은 ‘에노시마 전철(江ノ島電鉄)’의 준말로 가나가와현(神奈川県) 후지사와시(藤沢市)와 가마쿠라시(鎌倉市) 사이를 오가는 길이 10km, 역도 15개뿐인 짧은 로컬선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고도(古都) 가마쿠라의 명소를 달리는 풍경이 드라마나 잡지 등에 종종 소개 되는 인기 만점의 철도입니다.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인기 명소인 만큼 평일인데도 승객이 엄청 많았는데요. 그 많은 승객이 에노덴에서 내려 모두 에노시마를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에노시마는 후지사와시 쇼난(湘南) 해안에서 사가미(相模)만을 향해 툭 튀어나와 있는 ‘육계사주(陸繋島. 육지와 연결된 모래톱)’로 길이 389m의 다리 ‘에노시마 벤텐바시(江の島弁天橋)’로 육지와 이어져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눈앞에 압도적인 모습의 청동 오토리이(大鳥居)가 등장! 에노시마는 섬 전체가 ‘에노시마 신사’의 경내에 속해 있는데요. 도리이에서 신사 입구까지 이어지는 100m가량의 참배로 양쪽으로 선물 가게와 식당, 여관 등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수행의 장에서 관광 명소로

둘레 4km, 표고 60m의 에노시마는 우뚝 선 절벽과 험준한 산세 때문에 예로부터 종교적 수행의 장으로 받들어져 왔는데 에도(江戸) 시대 말(19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아름다운 해안과 신선한 어패류를 즐길 수 있는 서민들의 행락지로 번창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일본백경(日本百景)’에 들 정도로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는데요. 섬 안의 관광안내소에서 항상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물었더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주말에는 훨씬 더 복작거린답니다.”라고 하더군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에노시마 신사’를 찾아가기 위해 몇 번이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거칠어진 숨을 내뱉고 있자니 “맛있는 실치 덮밥(シラス丼) 있어요.”라며 식당에서 손짓을 합니다. 언덕길이었던 탓에 절로 허기가 졌지만 여기서 유혹에 넘어가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해가 질 것 같아서 전진 또 전진. 1시간 정도 걷자 참배로의 끝이 나타났고 언덕 아래로 바닷가가 보였습니다. ‘내려가면 나중에 또 올라와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안 가볼 수는 없는 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물보라, 바닷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가는 태양, 구름 사이로 하얀 모자를 쓴 것처럼 머리를 내민 후지산(富士山). 에노시마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곳이었군요! 한 커플이 다가와 멋진 경치에 정신이 팔립니다. 혼자였던 저는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마음은 이미 실치 덮밥과 맥주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 에노시마
도쿄에서 JR도카이도혼센(東海道本線)과 요코스카센(横須賀線)을 타고 가마쿠라역까지 약 50분(920분). 에노덴 가마쿠라역에서 에노시마역까지 약 25분(260엔). 걸어서 에노시마 벤텐바시를 건너면 에노시마에 도착(약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