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는 JR도카이도혼센(東海道本線)의 네부카와역(根府川駅) 으로 안내합니다. 네부카와역은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오다와라시 (小田原市)에 있으며 하루 평균 승객이 650명 안팎인 작은 역입니다 (2008년 조사). 그러나 이 역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도쿄역(東京駅)과 효고현(兵庫県)의 고베역(神戸駅) 사이를 잇는 JR도카이도혼센은 총 길이 589.5km, 총 181개의 역이 있는 간선 (幹線. 줄기가 되는 주요 철로)인데요. 네부카와역은 그중에서 유일한 무인역입니다. 로컬선의 경우 대부분 작은 무인역이 있지만 일본을 대 표하는 간선 중에서는 유일한 무인역이라는 점! 저와 함께 내린 승객 은 고작 2~3명뿐이었는데 혼잡한 도심지를 지나온 저는 어쩐지 뿌듯 해졌습니다.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멋진 전망

둘째는 역의 동쪽 끝 4번 선 플랫폼에서 보이는 전망입니다. 4번 선은 국도를 사이에 두고 사가미만(相模湾)과 접해 있으며 그 건너편으로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집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마침 태풍이 지나간 직후라 대단히 쾌청했는데요. 덕분에 해발 45m의 플랫폼에서 북쪽으로는 보소 반도(房総半島), 남쪽으로는 이즈 반도(伊豆半島)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동쪽은 바다, 서쪽은 하코네(箱根)의 산과 접해 있는 네부카와역은 철도 사진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로도 유명한데요. 새해 첫날에는 해돋이를 볼 수 있도록 운행하는 임시 열차를 타고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대거 찾아온다고 합니다. 제가 찾아간 날은 사람이 거의 없어 ‘도카이도혼센에서 태평양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역’을 독점한 듯한 우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간토대지진의 비극

세 번째는 상상만으로도 몸이 떨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1923년 9월 1일, 사가미만을 진앙지로 한 간토대지진(関東大震災)이 발생했습니다. 진동으로 인해 네부카와역 뒤쪽에서 산사태가 일어났고 역 근처의 절벽을 달리던 8량짜리 열차는 2량만 바닷가에 남긴 채 역사, 플랫폼과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과 플랫폼에 있던 사람을 포함해 약 130명이 사망했습니다.
열차는 11년 뒤에 인양되었지만 플랫폼은 여전히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사망자와 행방불명된 사람 중 시신이 발견된 사람은 고작 5명. 간토대지진으로 일어난 열차 사고 중 가장 비극적인 참사였습니다.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악몽 같았을 그날의 일이 머릿속에 맴돌아 숙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네부카와역
JR도쿄역에서 쾌속 열차로 약 1시간 20분 소요. 편도 1,66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