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년)가 지은 『이즈의 무희』의 배경인 시즈오카현(静岡県) 이즈반도(伊豆半島)의 ‘오도리코 보도(踊子歩道)’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오도리코 보도’는 하이킹 코스로 이즈반도에서 가장 높은 아마기산(天城山. 해발 1,405m)의 구(旧) 아마기 터널을 빠져나와 반도의 동쪽 가와즈초(河津町)의 유가노(湯ケ島)까지 이르는 약 20km의 길입니다.
『이즈의 무희』는 가와바타의 대표적인 초기 단편소설로 당시 19세의 고등학생이었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었다고 하는데요(1926년 발표). 책을 보면 고독함과 자기혐오 등에서 벗어나고자 혼자 이즈로 여행을 떠난 청년이 도중에 떠돌이 예술가들과 동행하게 되고 그 중 14살의 청순한 무희에게 애정을 품게 됩니다. 이 무희와의 만남을 통해 청년의 비뚤어진 외톨이 근성은 서서히 치유되는데요. 요시나가 사유리(吉永小百合),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 등 당대 최고 신인 여배우가 무희 역을 맡으며 총 여섯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오도리코 보도’를 걷다
길은 걷기 좋게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뼛속까지 추위가 스미는 겨울의 아마기에는 무희는커녕 어떤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고 제 동료라고는 호신용으로 손에 든 ‘마른 나무’뿐이었습니다. 총 5시간 정도를 걸으며 고작 두 쌍의 커플밖에 만나지 못한 어쩐지 마음이 허전해지는 여행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도중에는 『이즈의 무희』 문학비와 문학박물관 등도 있고 청년과 무희의 만남을 상상하면서 ‘가와즈나나다루(河津七滝)’의 폭포 소리를 즐기고 있자니 어느새 호신용 나무는 손에서 사라진 지 오래더군요.
짧은 겨울 해는 금방 모습을 감추는지라 청년이 무희와 만난 구 아마기 터널을 넘어선 부근에서 이미 일몰 직전.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이날 여행은 이것으로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남은 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걸었던 작품 속의 무대가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예전에 읽은 『이즈의 무희』를 다시 읽고 싶어졌는데요. 독자 여러분이 읽기에도 부담 없는 작품이므로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후지코•F•후지오 뮤지엄>
▶도쿄(東京)역→미시마(三島)역: JR도카이도혼센(東海道本線)으로 2시간. 2,210엔
▶미시마역→슈젠지(修善寺)역: 이즈하코네 철도(伊豆箱根鉄道)로 35분. 500엔
▶슈젠지역에서 아마기 방면 버스(도카이(東海) 버스): 내리는 정류소에 따라 다름 →조렌노타키 25분. 800엔/ →유가노 70분. 1,400엔/ →가와즈(종점) 90분. 1,650엔
▶가와즈역→시모다(下田)역: 이즈 급행(伊豆急行)으로 13분. 480엔